마보지기 수행일기_ep.1|종교를 아우르는 영적수행의 길을 찾다

마보지기 수행일기 ep.1
종교를 아우르는 영적 수행의 길을 찾다
요즘 A.H. 알마스의 책, ‘늘 깨어나는 지금(Runaway Realization)을 읽고 있다.
A.H. 알마스(Almaas)는 본명이 하미드 알리(A. Hameed Ali)인 미국의 영적 스승이다. 1944년 쿠웨이트의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나 18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UC 버클리에서 물리학을 공부했지만, "실재란 무엇인가"라는 자신의 가장 깊은 질문에 물리학이 답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박사논문을 앞두고 학업을 접었다.
이후 심리학으로 길을 돌려 박사학위를 받고, 1976년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리드완 학교를 세워 자신이 '다이아몬드 어프로치(Diamond Approach)'라 이름 붙인 가르침을 펼쳐 왔다. '알마스'는 아랍어로 '다이아몬드'를 뜻한다.
다이아몬드 어프로치의 핵심은 우리 안에 이미 본래부터 빛나고 있는 '본질(Essence)'—사랑, 자비, 명료함, 평화 같은 다이아몬드의 여러 면처럼 빛나는 우리의 진정한 영적 본성—을 '탐구(Inquiry)'라는 수행을 통해 만나는 것이다. 알마스의 가르침은 수피즘, 불교, 베단타, 기독교, 그리고 현대 심층심리학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하는 진귀한 종합이다.
그를 이슬람 수피즘의 결을 짙게 띤 영성가라고 본다면, 나는 지금 꽤 흥미로운 자리에 서 있는 셈이다. 어렸을 적에는 기독교를 만났고, 성인이 되어서는 불교 수행을 만났으며, 이제는 알마스를 통해 이슬람 수피즘까지 슬쩍 들여다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 생애에 이렇게 여러 종교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현대인이 누릴 수 있는 큰 특권이다. 다양한 수행 전통에 관심이 많은 남편을 만나 좋은 스승님들을 만난 덕에 그 특권을 마음껏 누리는 중이다.
개똥철학일 수 있지만 나에게 종교는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탐구'의 대상이었다. 우리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왜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었기에 어렸을 때는 교회에 갔고 나이가 들어서는 명상을 시작했다. 심리학을 전공한 것도 사람의 마음을 탐구하기 위해서였으니, 커다란 범주 내에서 지금까지 나의 관심을 관통한 것은 '세상의 법칙' 그 자체, 그리고 그중에서도 우리의 마음, 혹은 의식이라고 불리는 그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흥미롭게도 알마스 역시 같은 질문—"실재의 진실은 무엇인가"—을 좇아 물리학에 입문했다가 결국 영성으로 건너온 사람이라는 점에서, 나는 그의 책을 읽을 때 동질감을 느낀다.
명상을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하며, 붓다의 깨달음이라는 것이 결국 세상이 돌아가는 법칙에 대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교에서 '다르마(dharma, 법法)'라는 말 자체가 '실재의 본성', '세상이 돌아가는 그러한 이치'를 의미한다. 틱낫한 스님은 "붓다는 신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을 본 사람"이라고 말했다. 즉 붓다의 깨달음은 새로운 신앙체계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과 우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꿰뚫어 본 통찰이라는 것이 불교 안팎의 폭넓은 합의다.
붓다의 가르침은 바로 그 깨달음을 지식으로가 아니라 스스로 탐구하여 얻을 수 있는 방법론이다.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가 명상, 즉 수행일 것이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오랫동안 불교에서는—초기불교, 대승불교, 티베트 불교 모두—다양한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방법을 가르쳤다.
여기 A.H. 알마스는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늘 깨어나는 지금(Runaway Realization)’에서 '깨달음의 추동력(The Enlightenment Drive)'과 '수행이 곧 깨달음(Practice IS Realization)'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우리가 어딘가 멀리 있는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 자체가 이미 우리 안에서 작동하며 우리의 수행을 추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모든 것이 이미 참본성(True Nature)의 표현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몇 년 전부터 티베트 불교를 수행하며 족첸 스승님들께 들었던 가르침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족첸에서 말하는 '본래 청정(kadag)'—우리의 본성은 처음부터 이미 완전하며, 닦아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본디 그러하다는 가르침—과 알마스가 도달한 지점이 사실상 같은 자리를 가리킨다. 도겐 선사가 "수증일여(修證一如), 수행과 깨달음은 둘이 아니다"라고 한 말도 같은 풍경을 다른 언어로 그린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여러 종교를 접하며 가장 큰 전율을 느낄 때는, 전혀 다른 영적 전통들에서 궁극적인 세상의 실체에 대해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이다. 쿠웨이트의 수피적 토양에서 자라 미국에서 정신분석을 공부한 사람이 도달한 결론과, 8세기 티베트 산속 동굴에서 명상하던 수행자가 도달한 결론과, 13세기 일본 사찰에서 좌선하던 선승이 도달한 결론이 같은 곳을 가리킨다는 사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책을 읽고 따라간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길을 끝까지 갔을 때 동일한 지점에 닿았다는 것.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그곳에 정말로 무언가가 '있다'는 가장 강력한 간접 증거가 아닐까.
아직 알듯 모를듯한 그 무언가를 언젠가 머리로가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 들일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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