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마보지기 마음챙김 일기
죽음을 마주하는 연습
올해 여름수행은 조금 특별한 곳에서 보냈습니다. 조현TV 유튜브 채널에서 이 분의 인터뷰를 보고 '아, 언젠가 꼭 만나뵈러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남편이 히말라야에 산 속으로 장기수행을 떠나 이번 여름 수행은 오랫만에 혼자 떠나게 되었죠. 그래서 지금 제가 있는 곳은, 울산 정토마을 자재병원입니다. 이 곳에서 지난 주부터 카르마 요가(봉사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세우신 능행스님은 1995년, 연고도 없는 스님이 홀로 외로이 병원에서 죽어가실때 임종을 지키다 "한국에 스님들과 불자들이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실 수 있는 호스피스 병원을 지어주세요."라는 유언을 들으신 이후 지금까지 불교 호스피스 운동을 해오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우연히 이 이야기를 전해 들으신 달라이 라마 존자님의 초청으로 다람살라에 다녀오신 이후로 티베트 불교 수행을 한국에 널리 퍼뜨리고 계시기도 합니다.

카르마 요가는 이타적인 행위를 통한 수행입니다. 마보가 생겨날 때, 저는 '이것으로 많은 분들이 명상을 접할 수 있기를'이라는 열망으로 시작했지만, '대표'라는 직함으로 불린지 8년, 스타트업의 흥행공식인 '빠른 성장'의 물결에 휩쓸려 흘러온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지금은 내 생각과 바람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불평이 가득하고 번아웃에 허덕이는 스타트업 대표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느덧 너무 무거워진 '대표'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이곳에서 저는 보라색 자원봉사자 조끼를 입고 그냥 '자원봉사자'라고만 적힌 목걸이 명찰을 걸고 호스피스 병동을 돌아다니며 환자분들께 발 마사지를 해 드리고 있습니다. 발 마사지 기술도 없고, 낯선 이들의 발을 만지는 것도 처음이기에 덜컥 겁이 났지만 선배 자원봉사자분들이 모두 그냥 따뜻한 손으로 발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것 만으로 환자분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안심시켜주시더라구요.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환자분들의 발에 발톱무좀이 있거나 각질이 있기에 맨손으로 그분들의 발을 만질때 마음속에서 거부감이 올라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른 자원봉사자분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정성스럽게 손으로 오일을 데우고 발에 문지르시는 것을 보며, 존경의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함께 올라 왔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보아온 죽음을 기다리는 분들의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한가지 공통된 모습은 모두 자신들이 쌓아온 모든 정체성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고, 결국 마지막에는 아이와 같은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발마사지를 해드린 할머니 한분의 질문이 마음에 남습니다.
"왜 아무도 내가 언제 죽을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나요?"
아마 할머니도 알고 계실 겁니다. 아무도 그것을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을요. 하지만 알 수 없는 죽음을 기다리는 그녀의 두려움, 절박함, 외로움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함께 눈물이 흘러 감추느라 혼났습니다.
능행스님과 차담을 나누다 환자분들이 다 아기처럼 누워 계시는 것을 보고 많은 감정이 들었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래요, 우리가 태어날 때는 엄마가 뱃속에서 열달 태교를 하며 준비하고 태어난 뒤에도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데, 죽을 때는 다시 아이로 돌아간 후 하나의 점으로 돌아가는 과정에는 왜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안 하는 걸까요?"라고 반문하시더군요.
이곳에서 죽음을 깊이 경험하는 그 순간, 삶이 가장 가깝게 다가온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메리 올리버 님의 시 '여름날'의 마지막 문장이 떠오릅니다.
"말해보세요. 당신이 이 소중한 야생의 삶을 걸고 하려는 일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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