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저에게로 돌아왔습니다

202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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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 뒤, 저는 저에게로
돌아왔습니다

— 마보과정 23기를 지나며 (수강생 ○○○)

 

마보과정을 직접 수료한 분이 보내온 기록입니다.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싣습니다.

 

 


 

 

오디세우스는 10년을 바다에서 헤맸습니다. 그 긴 이야기의 끝은 대단한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제 8주도 비슷했어요. 저는 늘 더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 정답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시간은, 그보다 더 근원적인 저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여정이었어요. '더 나은 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나'가 되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솔직히 8주 만에 인생에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완전히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한참 잊고 지내던 저 자신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법을 배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제가 '선택'하는 저의 길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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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 있던 자리

 

저는 괜찮은 척 버티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어요. 불안하면 감추고, 후회되면 눌러두고, 지쳐도 지쳤다는 말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니, 어느 순간에는 제가 어디쯤 있는지조차 잘 알 수 없었어요.

 

대단한 결심으로 신청한 것은 아니에요. 그저 더는 이대로 지낼 수만은 없겠다고, 어렴풋이 느꼈을 뿐입니다.

 

 


몸으로 돌아오는 일

 

첫 변화는 생각보다 몸에서 먼저 찾아왔어요.

 

생각에서 잠시 내려와 호흡으로, 감각으로 돌아오는 연습을 합니다. 어떤 날에는 초콜릿 한 조각을 몇십 분 동안 여러 번에 걸쳐 천천히 먹었어요. 평소에는 무심코 삼키던 것을, 처음으로 제대로 맛본 셈입니다. 원래 저는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초콜릿을 먹어야 한다면 다크초콜릿을 먹었죠. 그런데 그 날은 달달한 밀크초콜릿을 먹었는데도, 한 입 또 한 입이 혀에서 퍼지는 달콤함과 촉촉함의 향연이고 너무 맛있어서 놀랐습니다. '밀크초콜릿이 이렇게 맛있던 거였나?' 

 

그런데 그 달콤함의 기쁨은 오래 가진 않았어요. 초콜릿 먹기 명상을 끝내고 다시 빠르게 막 먹기 시작하니 다시 '너무 달아서 못 먹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천천히 감각하면서 먹을 때와 그냥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먹을 때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이 놀라웠습니다. 저는 감각을 온전히 열지 못한 채 작은 기쁨도 놓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마보홈에서 오프라인 반나절 리트릿을 할 때에는 바디스캔을 하고, 마보홈 뒤 인왕산을 걸으며 걷기 명상도 했어요. 그날은 살아있다는 감각이 오랜만에 또렷했습니다. 봄인 온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눈을 감고 따스한 봄햇살을 고요히 마주하고 나서야  '아, 진짜 봄이구나' 싶었어요.

 

주변에 우뚝 서 있는 나무가 그 날 따라 생기 있게 느껴졌습니다. 괜히 나무에 손을 한 번 얹어 보았어요. 길가에 있는 나무들 매일 봤던 것들인데... 정말 너도 살아있는 거였구나. 더불어 저라는 존재가 살아있는 것도 생소하게,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살아 숨쉬고,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는 게 이런 느낌일까요?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꼭 뭘 잘해내지 않아도 이미 나는 '기적'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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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가 다른 곳에 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몸으로 돌아오는 일. 사소해 보이지만, 그 작은 반복이 쌓이면서 무언가가 천천히 바뀌어 갔어요.

 

 


자꾸 걸려 넘어지던 생각

 

돌아오는 길이 늘 평온하지만은 않았어요. 저를 힘들게 한 것은 어떤 사건보다, 자꾸 되돌아오는 생각들이었습니다. 멈추려고 할수록 더욱 저를 집어삼키려는 듯 파도처럼 몰아치던 생각들...

 

 
명상을 들으며 제가 어떤 생각에 걸려 넘어지는지 하나씩 들여다보았어요. 지나가는 생각을 사실인 양 붙잡지 않고, 구름처럼 흘려보내는 연습. 처음에는 영 어색했지만,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제 안의 오래된 믿음

 

핵심 믿음 작업을 할 때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계속 던지며 조금씩 더 깊은 곳까지 내려갔어요. "나는 왜 나를 자꾸 다그칠까?"
그 질문을 따라가다, 믿음 하나와 만났습니다. 있는 줄도 몰랐던 믿음이었어요.

 

"내가 빨리 성장하지 못하면 버림받을 것이다."

 

이 믿음은 저를 좀처럼 가만히 두지 않았어요. 쳇바퀴를 돌리듯 스스로를 몰아세웠고, 그래서 자주 지쳐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이것을 그토록 놓지 못했을까요.
들여다보니, 저는 쓸모 있는 사람이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야 가치 있는 존재 같았고, 그제야 이 세상에 살아도 된다고 허락받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생각 이면에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얼룩진 과거의 상처가 놓여 있었구요. 관심 받고 사랑 받고 싶었던 작은 아이의 노력이었고 표현이었어요.

 

처음 이것을 종이에 적던 날은 조금 가슴이 아렸어요. 이렇게까지 타인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쓸모를 증명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그 모습을 판단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뜻밖에도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습니다.

 

 


나를 밀어붙이는 대신

 

마지막 리트릿에서는 자비와 용서를 연습했어요.

 

나를 몰아세우는 대신 이해해보는 일, 오래 붙들고 있던 후회에서 한 걸음 걸어 나오는 일. 더 완벽해지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걸,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지금 이대로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 쓸모를 증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도 되고 사랑받을만한 존재라는 걸.

 

 


그리고, 돌아옴

 

8주가 끝나고 돌아보면, 극적인 형태는 아니어도 조용한 얼굴로 천천히 찾아오는 변화를 맞이하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불안은 지금도 가끔 찾아옵니다. 두려움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그 마음이 찾아와도 등을 돌리지 않고 곁에 잠시 앉혀둘 수 있다는 거예요.

 

누군가 제게 명상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저를 들여다보고 저 자신과 천천히 친구가 되어가는 일이라고 답할 것 같아요. 그 길의 끝에서 저는, 제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처음으로 닿았습니다. '더 나은 나'가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가 되어도 된다구요.

 

 


혼자 걷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함께 걸은 사람들 덕분이에요. 서로를 판단하지 않고 그저 들어주던 사람들. 매주 모여 같이 명상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기록을 꺼내놓던 시간. 혼자였다면 어느새 흐지부지되었을지 모를 일을, 함께였기에 끝까지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같은 기수를 함께 지나온 한 분이 남긴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아요. "함께 과정을 지나온 도반 여러분의 응원 에너지, 팍팍 받고 갑니다." 저 역시 그 응원에 기대어 한 주, 또 한 주를 건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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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정확히는 6주 8회의 시간들이었죠. 시작 전에는 길게 느껴진 적도 있었지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어요. 혼자 견디는 일이 아니어서, 생각보다 멀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여정을 떠올립니다. 무언가를 더 갖게 된 시간이 아니라, 오래 멀어져 있던 저에게로 돌아온 시간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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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보과정은 현재 24기를 모집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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